안녕하세요, 희정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컨셉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고,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서희정입니다.
드디어 희정님을 인터뷰하게 되었네요 ㅎㅎ
컨셉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생소하게 들려서 제가 조금 찾아보긴 했는데요. 예를 들어서 게임이 있으면 그 게임에 맞게 상상 속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직업인가요?
맞아요. 영화나 게임이 있으면 그 시나리오를 읽고 그 세계관의 배경, 캐릭터 또는 소품을 상상하고 디자인하는 거예요. 지금 제가 다니는 회사는 CG 업계라서 영화를 위주로 하고 있는데, 연기 모양이나, 폭발할 때의 폭발 모양이나 이런 것들도 하나하나 디자인하는 거죠.
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디자인이라는 분야 중에서도 정말 다양한 세계관을 상상해보고 표현해보는 일인 거잖아요?
음.. 적성에도 잘 맞기는 한데요, 재미는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거를 디자인할 때는 진짜 재미있어요. 제 첫 작품이 SF 였는데 전부터 꼭 다뤄보고 싶었던 배경이었거든요. 그래서 진짜 재미있었어요. 근데 제가 시체와 관련된 디자인을 할 때도 있어서 시체는 어떻게 생겼고 막 그런 걸 검색할 때는 되게 괴로워요. 그런 날은 진짜 정신적 고통이 장난 아니에요.
정말 그렇겠네요 ㅠ 아무래도 더 자세히 보고 공부할 테니까.
그래도 보람은 있어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애니메이션을 했었는데 영화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보고, 더 많이들 아니까 보람이 있긴 한데 할 때는 너무너무 고통의 시간….ㅎㅎㅎㅎ
아~ 전에는 애니메이션을 했었구나. 그러면 미술은 언제부터 접하신 거예요?
미술은.. 중학교 때부터? 제가 독일에서 태어났는데 거기서 미술 하는 것도 좋아했었고, 점수도 높게 나오고 그랬거든요. 그러다가 중학생 때 한국으로 오게 됐는데 엄마가 한국에 미술 중학교가 있다고 하셔서 ‘오, 되게 신기하다. 가보고 싶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예중, 예고를 다니게 됐던 거죠.
아,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다녔군요? 쭉 독일에서 자란 줄 알았어요.
한국에서 대학도 다녔었어요. 서양화 전공으로 들어갔는데, 사실 러빙 빈센트 같은 걸 되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서양화를 배우면서 영상일도 같이 하면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그럴 기회가 많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마침 그때 독일이 그립기도 했어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학교를 찾아보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게 된 거죠.
독일이 그리워서 돌아갔는데 다시 한국으로 오게 됐네요.
네. 어렸을 때 기억만 가지고 독일로 갔는데 그때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어떻게 보면 고향으로 돌아간 건데 전혀 편하지 않더라고요. 뭔가 사람들이랑도 잘 안 맞고, 불편하고… 어렸을 땐 독일 사람들이랑도 되게 잘 놀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지냈던 건지 신기해요.
문화 차이가 느껴지셨나 봐요.
맞아요. 그리고 날씨 탓도 컸어요. 제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독일 겨울은 진짜 하루 종일 회색빛 하늘이거든요. 외로움도 많이 타고, 우울감도 찾아오고 그랬어요.
맞아요 ㅠㅠ 저도 독일에 있을 때 아침에 학원 갈 때는 해가 아직 안 떠있고, 대낮에 집에 들어갈 때는 언제 해가 떴었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이미 져있어서 괜히 우울해지고 그랬었어요. 😢
햇빛이 들면 감사해서 나가야 되잖아요. 😭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 있는 나라가 최고인 것 같더라고요. 가족도 옆에 없는데 내가 여기에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면서 있어야 하나 생각도 들어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취직하고, 개인적으로도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죠?
네. 항상 제 개인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목적이 있는 그림만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되게 좋아요. 요즘 제 생활에 워라밸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일할 땐 일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보통 제가 그리고 싶은 것들 그리고요.
어떤 그림들 그리세요?
그때그때 다른데, 주로 일상에서 본 풍경 위주로 그려요. 그러다 보니까 여행 다니면서 ‘아, 저거는 꼭 그려야지’ 싶었던 것들을 끄집어내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그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예뻤던 바다 풍경이 떠올라서 바다를 그려놨는데, 영화를 보다가 영화에 뭐 물고기가 나왔어요. 그러면 물고기도 넣어 보고. 그런 것들이 머릿속에만 있다가 나중에 그리면서 변형되기도 하고, 다른 거랑 섞이기도 하고 그래요. ㅎㅎ
아~ 물고기 하니까 어떤 그림 얘기하는지 알겠어요. ㅎㅎ 희정님 작품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밝은 에너지가 많이 느껴지는데요. 혹시 기운이 없거나 그럴 때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나요?
음… 에너지를 얻으려고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반대로 기분이 좋으니까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제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분이 하루 종일 좋아요. 그러면 또 집에 와서 작업도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러면 희정님의 에너지원은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자연이 도와줘야 해요. ㅎㅎ
그러면 따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뭔가를 하거나 그런 건 없어요?
지금은 안 그러는데 어렸을 때는 힘들어서 술을 찾았었어요. 근데 힘들어서 시작했는데 한동안은 그게 내 일상이 돼버렸어요. 안 마시면 허전하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20대 초중반에는 다들 그런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에너지원 이야기하니까 가까운 친구들 생각이 났거든요. 엄청 친하지만 1년에 두어 번 밖에 안 만나는 그런 친구를 한번 만나고 나면 다음날 되게 홀가분하고 에너지도 충전된 것 같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친구를 만날 때도 있어요.
아, 저도 그래요. 친구 중에 같이 독일에서 고생했던 친구가 있는데 되게 어른스럽고, 좋은 말 많이 해주는 친구거든요. 최근에 제가 좀 힘들었어서 힐링하려고 그 친구랑 약속을 잡았었는데 만나고 나니까 저도 홀가분해졌어요. 아! 그날도 날씨 좋았어요. ㅎㅎㅎ
날씨와 좋은 친구가 합쳐진 거네요. ㅎㅎ
맞아요. 아 그리고 여행! 최근에 혼자 여행 가보려고 비행기 티켓이랑 숙소 알아보고 그랬거든요. 좋은 풍경 보면 또 기분이 좋아지니까.
혹시 여행 가서 날씨 안 좋으면 엄청 울적해지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비 오거나 그러면 또 우울해하겠죠? “아 하필..” 이러면서 ㅋㅋ 그래도 여행은 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잖아요? 여행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아.. 여행 가고 싶네요. ㅎㅎ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안 그래도 얼마 전부터 컨셉 아트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학원에서 선생님이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셨을 때 막막해했거든요. 옛날에는 되게 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새는 딱히 목표가 없는 것 같아요. 버킷리스트처럼 해보고 싶은 건 많은데 정작 목표는 잘 떠오르지 않아요.
작품 관련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건 없어요?
아! 그런 건 있어요. 뭔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은데요. 그 세계관을 가지고 계획한 것 중에 동화책도 있어요. 이야기가 들어간 그림들을 나열하고, 거기에 VR이나 다른 실제 기술을 적용해서 직접 들어가 보고 싶거든요. 그런 걸 한 번 만들어 보는 거?